미안....
한 친구의 블로그 글을 봤다.

갑자기 슬퍼졌다.


한때 같은 사이트의 운영자 노릇을 했었고, 지금도 꿋꿋이 그 사이트를 지키고 있는, 살리기 위해 애쓰는 녀석. 힘들 텐데 힘들다는 소리 한마디 안 하고 그저 웃기만 하는 녀석. 정말 착한 녀석, 이란 말밖에는 생각이 안 나는 그런 녀석. 하지만 난 더 이상 그 사이트에 손을 대고 싶지 않았다. 한때의 열정, 그렇게 표현해버릴 정도로 난 신경을 꺼버린 상태다. 사실을 말하자면, 난 나 자신을 그 사이트에서 강퇴시켰다. 그것도 네번씩이나. 녀석이 그것도 모르고 강퇴명단에서 계속 날 지우고 다시 운영자로 밀어넣었음에도, 난 다시금 나를 강퇴시키고 떠나버렸다. 녀석한테 말조차 하지 않고.


글쎄, 왜 그랬을까. 변명을 하려면 사실 많다. 그 사이트에서 일어난 몇몇 혼란들, 그 사이에는 내가 이상하리만치 계속 끼어있었으니까. 그것을 중개하고, 또는 그 사건들의 원인 중 하나가 나란 걸 알고 하다보니, 그 속에서 난 질려버렸던 듯도 싶다. 더더구나 가장 친밀했다 생각했던 사람들이 날 극도로 증오한다는 느낌, 또는 날 지워버리려는 느낌을 받고, 그것이 그 사이트에서 맺어졌던 인연이란 걸, 또는 그 사이트에서 있었던 인연 때문이었단 것들을 생각할 때마다, 난 더 이상 그 사이트에서 남아있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터진 두 개의 사건. 그 사건들을 계기로 난 그 속에서 내가 있다는 사실조차 참기 힘들었다. 한동안 그 사건들과 오히려 맞서보려 했고 또 사실 지금도 맞서고 있지만, 적어도 그 사이트 안에서 버티는 것은 더 이상 힘들었다. 더더구나 운영자란 사실이 더욱 나로서는 힘들었다. 내가 이만치 클 수 있도록 만들어준 사이트임에도, 더 이상 정을 붙이고 싶지 않았다.

사실 운영자란 직책은 그것에 대한 애정이 수반되지 않는 한, 또는 방관자의 입장을 취하지 않는 한은 불가능하다. 적어도 그렇게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난 더 이상 그 사이트에 애정이 없었고, 또 그 사이트에서 다루고 있는 소재 또한 내게 더이상 끌리지 않았다. 남아있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말은 이렇게 하더라도, 솔직히 난 녀석을 배신한 것이다.

녀석을 도와준다고 했던 사람, 적어도 그 중 한 명은 분명 나였다. 녀석이 도와준다고 했던 사람들이 아무 말도, 행동도 없다고 했는데, 그런 사람의 대표라면 아마도 나일 것이다. 모여서 노는 것의 선봉 주자도 사실 따지고 보면 나이다. 물론 내 스타일은 파벌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오프 모임을 가장 방관하고 참석하던 운영자가 바로 나였다. 사이트를 포기하고 사람들에 집중했다고 변명하고 싶지만...... 녀석, 그런 날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요즘 들어 녀석이 날 대하는 태도가 상당히 시니컬해졌다. 그럴 때마다 미안하다. 어쩌자고 저 착한 녀석을 저렇게 만들었냐며 나 자신을 질책한다. 하지만, 그런다고 달라지진 않겠지. 그러나 혼자서 모든 짐을 짊어지며 힘들어하는 걸 알면서도, 난 여전히 녀석을 보고만 있다. 도와주기엔 사이트에 대한 애정이 너무 식어버렸고, 지금 손을 내밀 만한 용기 또한 내게는 없다. 그럴 때마다 장난으로 받아치고 있지만, 그것이 녀석에게는 비웃음으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그것밖에는 하질 못하겠다 더 이상은.

이 글을 보며 녀석이 비웃더라도 할말은 없다.


...조만간 녀석은 군대를 간다.

그런데 아직 난 미안하다 말할 용기가 없다.


이 글을 녀석이 보지 않길 바라면서 공개 블로그에 올리는 것.

이 또한 나란 놈의 아이러니인지도 모르겠다.






소노투아 디스포지오네.

- 갈매기 라시엘 -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by 라시엘 | 2004/07/24 23:52 | To you... | 트랙백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rasiel37.egloos.com/tb/252129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