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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말이지, 존대말하는 게 제일 싫어.
거리감이란 질색이야. 존대말은 무엇보다 거리감이 너무 커. 어떤 특정한 이유가 있어서 거리감을 줘야 하는 경우라면 그럴 필요성도 있겠지. 조모임 같은 걸 진행할 땐 나도 필요에 따라선 존대말 위주로 할 때도 있어.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왜 굳이 거리감을 느껴야 하는 거지? 그 사람이 나와 상하 격차를 두어야 하는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있어. 선생님께 반말하지는 않아. 하지만 겨우 형이고 동생이라서, 선배고 후배라서 존대말을 쓴다고? 대학생이란 틀에서, 적어도 난 그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이야기하고 싶어. 근데 왜 그걸 허용해주지 않는 거야? 나도 그냥 존대말을 쓰면 되지 않냐고? 난 그런 관계가 인간의 관계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아. 존대말이란 격식이야. 격식을 차리는 인간들 사이에서 대체 무슨 감정이 오갈 수가 있지? 그래. 필요하다면 격식을 차릴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건 감정의 공유가 아니야. 그것은 철저한 이성의 공유야. 토론하는 자리라면 존대말로 도배해버리는 것도 가능해. 오히려 그쪽이 더 나을 거야. 그건 철저하게 이성의 자리니까.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즐겁게 떠드는 시간에, 어째서 격식을 따져야 하는 거지? 난 이해할 수 없어. 난 말이지, 나한테 선배 따위로 존칭하는 게 더더욱 싫어. 형이나 오빠 같은 호칭은 단순히 나이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겠지. 하지만 선배 같은 호칭은 아냐. 형이나 오빠와는 맞먹을 수 있지만, 선배한테는 맞먹을 수 없어. 그것은 엄격한 상하개념이야. 맞먹는다는 것 자체가 하극상이야. 그런 호칭으로 날 부르는데, 어떻게 나한테 아무 거리낌없이 이야기할 수 있지? 당신이 날 선배라고 부르는 순간, 당신은 자신이 후배라는 걸 얘기하고 있는데. 그건 나한테 선배로서의 모범을 보여달라는 압박이고, 당신은 후배니까 나 하는 거 참견 안 하겠다는 뜻으로밖에는 보이질 않아. 나한테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많고, 불쾌하면서도 당신들의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없을 거라고 알고 있기 때문에 되도록 아무 말 안 하고 그냥 말 놓으라고, 선배라고는 부르지 말라고 하는 식으로만 이야기할 뿐이야. 그냥 좋은 말로. 하지만 당신들이 그렇게 말하는 순간, 내 머릿속에선 저 수많은 상념들이 두서없이 스쳐가. 난 당신들과 인간 대 인간으로 친해지고 싸우고 사랑하고, 그렇게 관계를 맺고 싶은데, 당신들이 말하는 순간 당신들이 거부하고 있다는 것을 느껴.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게 돼. 당신들, 개념 같은 건 좀 버려주면 안 될까? 개념없이 들이대는 모습, 그 당차고 대범한 모습이 보고 싶어. 사람이란 건 예의가 있어야 하지만, 그건 필요할 때야. 포르 에 몬테 프로푸고. 라시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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