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
사실 모든 일의 시작은,
바로 이 아저씨였다.... (털썩)

어린 시절, 내 정신세계를 지배한 것은 몇가지로 압축된다.

삼국지를 필두로 하는 전쟁이야기.
인간에 대한 부정적 시선.
글과 정치에 대한 욕망.

...그리고 이것을 모두 포괄하는 인물.

니콜로 마키아벨리.

사실 접해본 글은 생각 외로 적다. 마키아벨리의 글이 한국에 번역된 양이 그렇게 많지 않은 만큼 어쩔 수 없는 걸까.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봐도, 마키아벨리의 글이 번역된 것은 3대 저서인 "군주론", "로마사 논고", "전술론" 세가지에 불과하다. ...마키아벨리란 인물이 정치학자, 마키아벨리즘의 사상가로만 알려져 있기 때문인지도. 희곡인 "맨드레이크"나 "피렌체사" 같은 것은 번역할 의지가 있는 사람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근데 이 번역도 어째 시원찮다. 군주론 같은 경우엔 정말 군주론만 이렇게 쓸데없이 많은 까닭이 의문스러울 정도로 이러저러한 번역들이 난잡하게 늘어져있는 반면, 로마사 논고는 2003년에 와서야 한길사에서 번역본을 내었다. 그전에 정략론이란 이름으로 번역본이 있기는 했으나..... 세로쓰기다. 뭐, 그래도 난 열망에 불타며 그걸 읽었다만. (먼산) 전술론에 와서는 할말이 없다. 이게 전술론의 번역인지 군주론 예시 제공용인지 원. 한국에서의 마키아벨리는, 일반인들로서는 가장 관심 대상인 인물인 주제에 출판계에서는 대략 찬밥 취급 중이시다.

오히려 마키아벨리는, 적어도 한국에 있어서는 그 저서보다도 시오노 나나미 열풍에 합류하여 주목을 받았다. 그의 생애를 다룬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 "마키아벨리 어록"을 차치하더라도, 시오노 나나미 씨의 책을 보면 마키아벨리 애독자의 극치를 보여준다. 솔직히 이쯤 되면 단순한 애독자가 아니라 빠순이 수준이다. 나도 빠돌이니까 할말없긴 하지만서도.


하지만 마키아벨리의 위대함은, 솔직히 르네상스를 이끈 최고의 인물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도 내가 지금 역사학도인 이상, 정작 이름은 등장하지 않는 인물일지라도 그가 논한 글들에서 등장한 이야기들은 아직까지도 역사계의 시발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역사순환론과 역사발전론을 결합, 역사의 패러다임식 변화를 논한 시초이며 역사를 신의 역사에서 인간의 역사로 끌어내린 인물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경제 관계에 연결시킨 사적유물론, 이를 내세운 맑스의 위대함을 자주 이야기하지만, 이것은 사실 모든 것을 관계론과 이익론으로 해석해낸 마키아벨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니, 오히려 맑스보다도 이전의 인물이었던 마키아벨리가 더 정확하게 보고 있지는 않았을까.

그는 좌절한 정치가였다. 하지만 적어도 그가 보고 있던 세계는, 소름끼칠 정도로 냉혹한 현실이었다. 그리고 여기에 그의 위대함이 있다. 현실이란 틀 안에서, 세상 관계를 이익 관계에 의한 결정으로 해석한 그의 논의는 그를 악마라고까지 부르게 만들었지만, 정작 지금 살고 있는 우리는 그것이 오히려 옳았다는 것을 안다. 인간의 이기적 속성을 날카롭게 짚어낸 그의 책은 한때 금서가 되었었지만, 그의 날카로운 시선이 틀렸던 것이 아니라 두려웠던 까닭이 아니었을까 그것은. 휴머니즘에 경도되어 이상을 노래하던 르네상스 시대, 그 속에서 역사상 그 누구보다도 현실을 냉혹하게 읽어낸 글을 저술한 인물. 그가 바로 마키아벨리였다. 사람들이 가끔 한비와 상앙의 법가를 이에 비유하고는 하는데, 약간 방향이 다르다. 법가 사상 또한 인간의 이기주의를 이야기했으나 이를 이용한 국가 구성을 중점적으로 다룬 반면, 마키아벨리의 초점은 역사와 개인이다. 그리고 현실에서 우리가 국가를 지휘하지 않는 한, 우리에게 더 공감이 가는 것은 일단 마키아벨리다. (이 부분은 차후에 논하자. 지금은 졸리다)


무엇보다, 그의 글은 재미있다. 인간의 삶을 재미있게 이야기하며 그것을 교묘한 비유로 사용하고 있다. 그렇기에 번역문임에도, 비슷한 사상을 다룬 법가 사상의 글이나 기타 다른 사상서들에 비해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이런 유쾌함, 그런 글로 비정함을 논할 수 있었다는 것이, 이 사람의 재미있는 점이요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한편, 난 시니컬해졌다. 그리고 지나칠 정도로 냉정하게 사람들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나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또한 상대의 심리, 상대와의 이해타산 관계 등 이것저것 따지다 보니 친한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솔직히 거의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아마도 내가 죽어서 저승에 간다면, 맨처음 이 사람부터 만나서 내 인생 돌리도~ 하고 따질지도 모르겠다.

아마 내 자식이 마키아벨리를 읽으려 한다면, 적어도 20대는 되서 읽으라고 할 것 같다.
그래도 조금은 세상을 밝게 볼 줄 아는 게 좋지 않을까.

세상은, 아름답다.

정작 마키아벨리는 그걸 더 잘 알고 있었던 것 같지만.



포르 에 몬테 프로푸고.

라시엘.



"나는 분명하게 말한다. 신중하기보다는 과감한 편이 낫다고 단언한다. .... 운명은 차갑도록 냉정하게 다가오는 자보다 정복의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덤비는 자에게 기우는 모양이다. 운명은 여자를 닮아서 젊은이의 친구다. 젊은이는 사려가 깊지 않아 뒷일은 생각지도 않고, 보다 격하고 보다 대담하게 여자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by 군주론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자는 무엇보다도 먼저 준비에 전념할 필요가 있다. 기회가 오기를 기다렸다가 준비를 시작해서는 이미 늦다. 행운이 미소짓기 전에 준비를 갖추어놓아야 하는 것이다. 이것만 게을리하지 않고 해두면, 좋은 기회가 찾아오자마자 즉각 움켜잡을 수 있다. 좋은 기회는 당장 붙잡지 않으면 달아나기 마련이다." by 전술론

"사람이 하는 사업은 그 동기로서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되어야 한다." by 로마사 논고

"사람은거의 언제나 앞에서 누가 밟고 나아간 길을 걷는 법이다. ... 그래서 현명한 사람은 남이 밟은 길이라고 누구의 것이나 상관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출중한 인물이 밟은 길을 더듬기 위해 노력하며 그런 사람의 행동을 모범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설령 역량에서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그 여운쯤은 얻어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by 군주론

"인간은 흔히 작은 새처럼 행동한다. 눈앞의 먹이에만 정신이 팔려 머리 위에서 매나 독수리가 내리덮치려 하고 있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참새처럼 말이다." by 로마사 논고




by 라시엘 | 2007/04/30 01:46 | Like, Dislike | 트랙백(1) | 덧글(3)
트랙백 주소 : http://rasiel37.egloos.com/tb/176073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Tracked from Amoxicillin .. at 2009/06/05 12:15

제목 : Amoxicillin drug interactions.
Amoxicillin rebate. How quickly does amoxicillin work....more

Commented by 액셀 at 2007/04/30 22:56
넌 시니컬인가...난 허무속에 사는데 말이지. 훗...
Commented at 2007/04/30 22:5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라시엘 at 2007/05/01 23:27
010 7730 2707. 나도 주말 말고는 시간이 없다 ㅡ.ㅡ;;

요즘 왜냥 바쁘냐. 뒤지기 직전이네 정말.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