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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은 모텔촌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어. 물론 집 자체는 골목에 있긴 한데, 골목 밖으로 몇걸음만 걸어가면 바로 주변에 보이는 모텔만 10개 가까이 되거든. 동네 자체는 그래도 이쪽 동네에서는 먹자거리 있고 해서 번화가기는 하지만 그렇게 큰 번화가도 아닌데, 모텔 수만 보면 이건 여기가 진정한 베드타운이란 생각이 들 정도야. 여기만 그런 게 아니라 좀만 더 나가면 더한 곳도 많으니까. 것도 모텔들이 무슨 여관, 여인숙 분위기도 아니고 꽤나 규모도 있는 것이, 장사가 잘 되는 동네란 느낌이 팍팍.
그러다보니 내가 잠깐 어디 좀 갈라고, 심지어 담배 살라고 근처 가게 걸어가는데도, 아침이고 점심이고 저녁이고 상관없이 들어가는 커플, 나가는 커플 한둘은 꼭 보게 되더라고. 가장 웃겼던 건 며칠 전. 호프집 알바 끝나고 엠피 귀에 꽂고 걸어들어오고 있는데 위쪽에서 들려온 난데없는 교성 소리. 첨엔 뭔일인가 해서 주변을 둘러봤는데, 모텔 속에서 나는 소리가 분명하더라고. 분명 지금까지 한번도 그런 적이 없는 걸 보니 방음이 되는 게 분명한데, 도대체 얼마나 소리를 질러대길래 길거리 걷는 나한테까지 들리는 건지. 소리 들어보면 이건 백방 비명이 아니라 교성이 분명한데 말이지. 그래서 뭐했냐고? 피식 웃고 갈길 갔지 뭐. 또 재미있는 건, 들어가는 커플 나이가 참 천차만별이라는 거. 20대, 30대 커플이야 뭐 그러려니 하는데, 40대는 족히 넘어보일 아저씨들이 20대 아가씨들 데리고 들어가는 모습이 걸핏하면 보여. 진짜 20대인지도 모르겠어. 가끔은 되게 어려보이는 경우도 많거든. 화장한 걸 보니 잘은 모르겠지만, 하여간 한국 성문화를 매일같이 간접체험하고 있는 기분이야. 어쨌건 생각해보면, 한국의 모텔들은 확실히 순수하게 "자러 가는" 곳은 아닌 기분. 나도 모텔 안 가본 사람은 아니지만, 생각해보면 여자친구랑 같이 가본 기억은 없거든? 그냥 난 잘 데 없으니 가는 경우가 더 많았고, 특히 군대 있을 때 외박 나가서 잘 데 없으니 가는 경우가 태반이었어. 하지만 진짜로 한국 모텔의 주업은 커플들 가서 뭔가 하는 데라는 느낌이 팍팍 들어. 호프집 알바가 늦게 끝나거나 하는 경우가 많아서 요즘 택시를 자주 타게 되는데, 택시 타면 자거나 하기보단 택시기사 아저씨랑 노가리까는 게 버릇 내지는 취미 생활이 되어버렸어. 거리가 어느 정도 되고 하다보니 그냥 가만히 있기는 심심하거든. 근데 참, 왜들 그리 말은 잘하는지. 특히 사람들마다 이것저것 경험 차이가 많잖아. 난 또 사람들 얘기 듣는 거 좋아라 하는 성격이고. 그러다보니 이것저것 하는 이야기들이 참 많고, 여러모로 세상 공부 하는 데에도 도움이 참 많이 돼. 물론 뻥도 많고 하겠지만, 그것도 그러려니 하는 거지 뭐. 한 일주일 정도 전이었나, 그날도 택시 타고 아저씨랑 이것저것 얘길 하는데 그 아저씨가 말레이시아랑 싱가폴 쪽에서 7년 정도 사셨던 분이었어. 나야 아직까지도 외국은 커녕 비행기 한번 타본 적 없으니 기회다 하면서 즐겁게 들었지. 근데 그쪽 모텔은 우리처럼 방이 방 같지가 않고 옆방이랑 나무로 칸막이 쳐놓은 게 다인데, 그나마도 위로 아래로 뻥 뚫려 있다고 하더라고. 젊은 사람들 오는 경우도 별로 없고, 하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지만 보통 그냥 자러 오는 곳이라더라구. 하지만 그네들이라고 안 하고 안 놀고 하진 않을 거 아냐. 오히려 그 동네는 차에서 노는 게 보통이라고 하더라구. 심지어 공원이 하나 있는데, 그 공원은 저녁이 되면 차 타고 들어오지 않으면 출입 금지래. 심지어 차 타고 들어가도 경비원들이 돌아다니면서 차 밖으로 나가서 돌아다니는 사람들 잡고 한다더라. 그래서 그쪽 공원에선 숲쪽 근처에서 차가 삥 줄서서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해놓고 차문 열어놓고 논다고 하더라구. 그렇게 놀라고 돗자리 빌려주는 경우도 있다고 하고. 거기서 뭐하냐고? 뭐, 술 좀 마시고 왁자지껄 떠들다가 다들 아는 거 하는 거지 뭐. 20대가 뭔 차냐고? 근데 그게 한국 사고방식과는 또 다른 게, 한국은 버스나 지하철 등이 이례적으로 발달한 나라야. 땅도 그리 큰 편에 속하진 않지. 그러다보니 우린 대중교통만 이용해도 엔간한 곳 못 갈 데가 없지만, 세계적으로 이런 나라가 몇 안 된다고 하더라구. 그래서 차가 없음 어딜 다닐 수가 없다던가. 그 덕에 나이 되자마자 중고차 거의 맛탱이간 거부터 싼값에 사는 게 당연한 거라고 하더라구. 이건 단지 말레이시아, 싱가폴 말고 유럽, 미국 등 다 포함하는 얘기야. 한국처럼 20대까지 부모 밑에서 살고 하면 마마보이라고 따돌림당하는 게 세계 추세라서 당연히 자기 돈으로 사는데, 자기 돈으로 살라면 이제 바로 사회 나온 애가 돈이 얼마나 있겠어. 싸구려 사는 거지. 그러다보니 그거 매번 고치고 해야 되니까 애들이 하나같이 차 전문가가 된다 하더라구. 어쨌건 그래서 다들 차가 있는 거지. 없으면 이동조차 못하니 적어도 친구한테 빌리거나 하고. 근데 또 웃기는 건,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나라거든? 이슬람 하면 보통 성에 대해 폐쇄적이라고 생각하는데, 별로 그런 분위기도 아닌가봐 생각 외로. 문제는 임신인데, 이슬람에서는 낙태가 금지되어 있거든. 그래서 외국으로 나가서 낙태하고 들어오고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대. 그래서 섹스가 무서운 게 아니라 낙태할 돈부터 걱정한다던가 뭐라던가. 오히려 이 국가들은 한국에 비해 상당히 개방적이야. 사실 차에서 하는 건 모텔 방에 비해 거의 공개되어 있는 거잖아. 하지만 크게 거리낌이 없다고 해. 생각해보면 세계적으로 한국은 성문화 보수적인 나라로 손꼽히지 않을까. 우리는 성에 대해 말하지 못하고 그런 행위를 비밀스런 방으로 숨어들지. 우리집 근처에 모텔들이 몰려 있는 것도 이런 현상의 반영이 아닐까 생각해. 서울로 치면 꽤나 구석이고 누가 신경쓰지 않을 곳이니까. 이란 등 이슬람 원론주의 국가들의 경우 수준까진 아닌지 몰라도, 우린 생각보다 심하게 보수적이고 모든 걸 숨기려 하는 건지도 몰라. 예전 인간행동의 심리적 이해 수업을 들을 때, 일본에서 살다온 동기 두 명이랑 같은 조에서 한일 성문화 비교에 대한 조모임을 한 적이 있어. 근데 그때 내게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 애들이 한 한가지 말이었어. 어떻게 해보지도 않고 결혼을 할 수 있냐는 말이었지. 사실 한국에서 나오는 이혼 소송에서 가장 큰 이유로 나오는 게 성격 차이인데, 그게 그 성격이 아니라 '성'격이란 얘기가 있잖아. 생각해보면 그게 더 맞는 건지도 몰라. 근데 한국의 보수적인 성문화에 비교해봤을 때, 내 주변에 널린 이 수많은 모텔들은 뭘까. 장사가 되니 하는 거일 테고, 그렇다면 그만큼 소비층이 두텁다는 뜻이겠지. 한국 전체는 그걸 숨기고만 있지만, 정작 성행위는 음성화된 상태에서 계속 이렇게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가 아닐까. 이런 양태, 시대적 변화가 분명히 나타나고 있는데 그걸 막고만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 아닐까. 우리는 지금 킨제이 보고서를 찍고 있는 중인지도 몰라. 항상 내가 주장하듯, 성에 대한 억압은 1930년대 금주법과 다를 바가 없어. 막는다고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음성화되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는 것. 왜 솔직하게 말하질 못할까? 감추면 사라진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아니, 감추면 오히려 그것에 대한 적절한 대응조차 할 수 없게 돼. 인정하지 않으면 그것의 문제점을 고칠 수도 없는 거야. 왜냐고? 인정하지 않는 것을 어떻게 고칠 수 있겠어. 없는 것을 고치려는 사람은 없어. 내 앞에 라디오가 없는데, 고장난 라디오를 고칠 수는 없잖아. 현대는 대중에 의해 지배되고 있어. 우리는 대중의 양태에 대해 더 솔직해지고, 그것의 문제들에 대해 고쳐나갈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단순히 가리려는 태도, 안 된다는 태도가 아니라, 이미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 인정하고 그것을 어떻게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나갈 건지를 탐구하는 게 더 좋은 태도는 아닐까? 항상 그렇듯 두서없는 글이야. 언제고 정리를 한번 해야겠지. 하지만, 난 세상이 좀더 솔직해졌음 좋겠어. 포르 에 몬테 프로푸고. 라시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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