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모르겠네.
뭔가 좀 화가 나긴 난 거 같고

뭔가 좀 몸이 안 좋긴 안 좋은 거 같고

바쁜 와중에 정신은 분명 나갔는데,


....근데 뭐 때문에 그런지 모르겠네.

이상하네.




흠.
by 라시엘 | 2009/07/02 22:17 | 트랙백 | 덧글(0)
학기 종료에 대한 단상 & 최근 근황
최악의 학기라는 말이 절로 나오던 2009년 1학기. 나뿐 아니라 친구들도 하나같이 이번 학기 이상하다 하긴 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건 알기 힘든 만큼 나로서는 꽤나 힘든 학기였다. 단순히 4학년을 맞이했다는 문제를 넘어 내 삶의 모든 것이 흔들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심지어 1학년 말부터 확정짓고 있었던 대학원까지 다시 고려해볼 정도였으니. 단순히 사학회 일 때문만은 아니었다. 뭔가 내 안의 어떤 중요한 하나가 사라진 느낌이었으니까.

하지만 성적은 생각 외로 선방한 듯. 아직 변경 기간이니 확실하진 않지만, 3.8 정도는 나올 듯 싶다. 무엇보다 설 선생님께서 많이 봐주셨다;; 솔직히 선생님 수업 이제까지 A  놓쳐본 적 한번도 없지만, 이번만큼은 B는 이미 각오하고 있었고 심지어 C 받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항상 +를 주시는 분께서 0를 주셨다는 건 정신 좀 차리라는 의미겠지.

이번 학기 가장 열성적으로 참여했던 제국분열 수업은 A0. 사실 중간고사 워낙 날려먹어서 이 수업은 배운 게 엄청 많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었는데, 의외로 괜찮게 성적이 나왔다. 기말고사는 그럭저럭 잘 봤다고 생각은 하지만, 솔직히 내 능력으로 받은 느낌은 아닌 듯 싶어서 왠지 슬프다.

기타 다른 수업은 예상 점수 그대로 나온 듯. B를 확정짓고 있던 수업 두개가 A 뜬 게 선방의 원인이라면 원인이랄까.


글쎄. 뭐가 원인인지는 정확히 잘 모르겠어.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면 동아리 문제랑 연애 문제가 아닐까 하는데, 단순히 그 문제들만은 아닌 거 같아. 어쩌면, 가장 큰 원인은 이사였을지도. 긴장감이 사라진 느낌이랄까. 예전 집은 숨막히는 듯한 그런 느낌이 있었거든. 워낙 좁았으니까. 실평수가 10평이 채 되지 않는 공간에 아버지조차 집을 나가셨었으니까. 하지만 왠지 편안한 지금 집으로 오면서, 그런 긴장감을 잃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아버지도 돌아오셨으니까.

뛰어난 석학이 되기 위해선 행복해서는 안 된다. 전 선생님께서 예전 수업에서 하신 말씀, 왠지 공감 중이야.

...둘다 취할 순 없나, 정말.


컴퓨터를 새로 샀어. 데스크탑. 아버지께서 어느 정도 돈을 대시고, 나머지 비용은 내가 대고. 어제 도착해서 포멧하고 프로그램 깔고 하느라 하루를 날려먹었지. 정말 딱 12시간 걸렸더라. 낮 3시부터 새벽 3시까지. 지난번 컴퓨터보다 훨씬 철저하게, 필요할 듯한 프로그램 다 깔았어. 250기가는 프로그램용, 1테라는 자료용으로 배정했으니 공간은 넉넉하거든. ...넉넉할까. 다운로드 받기 시작하면 미친 듯이 받는 나라서. 아하하하하;;;

모니터를 22인치로 올렸는데, 아직 별 느낌은 없는 듯. 광활하다 하는 느낌은 있지만 워낙 해상도 올려놓고 쓰다보니, 빈 공간만 산더미처럼 남는 느낌이라서. 영상을 봐야 제대로 느낌이 들겠는데 아직 그럴 시간이 없네. 오히려 지금 시점에서는, 2만원도 채 안 되는 스피커가 더 맘에 드는 듯. 사실 5.1로 하나 질러버릴까도 생각했지만, 그건 나중에. 하핫;

뭐, 일단 업데이트도 다 끝냈고, 이번엔 좀 잘 관리해야지. 매번 정신없고 귀찮아서 막 굴렸으니까. 근데 키보드 키감이 좀 별로라서 하나 살까도 생각 중. 왜냥 꽉꽉 눌러야 하는지. 다른 건 그럭저럭 맘에 들고 있음. 게임을 해봐야 어떤 느낌인지 팍팍 와닿을 텐데, 워낙 게임이랑은 안 친한지라. 풋;;


알바를 시작했어. 천재교육 학습지에서 전화받는 역할인데, 잘 할 거 같다고 어려운 쪽으로 배치해버리시네 그려. 사람 다루는 법을 익힐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해. 사실 사람들이랑 빨리 친해지고 일처리 잘하고 하는 편이란 소린 많이 듣지만, 아직도 은근 낯가리는 경우가 많은 편이니까. 하나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어. 무엇보다 일당 5만원이니까 돈도 쏠쏠한 편이고.

지도 알바도 계속하기로 했는데, 재택근무라고 하시더니 아닌 분위기. 이거 좀 문젠데...하고 있어. 한번 말씀드려야 할 듯. 재택 아니면 지금 내 상황이 할 수 있을런지.... 여튼 돈은 벌써 지불받은 듯해서 안 할 수도 없고, 이거 참. 뭐, 해야 한다면 해야겠지;



여튼, 이번 방학도 정신없이 사는 중이야.

그 속에서 뭔가 찾고 싶은 마음,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Sono tua Disposizione.

Rasiel, the pathfinder of Wisdom
by 라시엘 | 2009/06/28 14:35 | Sp. in Life | 트랙백 | 덧글(2)
그냥, 찢어버리고 싶어
미안, 아가씨. 화 안 났다고 거짓말했어. 나 원래 대놓고 솔직한 타입 아니고, 부정적인 감정 자유자재로 숨기는 타입이야. 어쩌겠어, 내 생존 방식이 그런데. 비밀 털어놓는 듯하면서도 절대 어느 선 이상 아무 것도 알려주지 않는 게 나인데. 오직 그런 모습 그대로 나오는 건 이 블로그 하나 뿐인걸.

컴플렉스야. 정말 말 그대로 컴플렉스고, 해묵은 트라우마야.

왜 내가 의식해야 하는 거지? 내가 정말 그 아이들한테 어떤 성적인 의미로 그런 행위를 하는 건가? 난 남자고 여자고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야. 그리고 나 보고 심하다 심하다 하는 얘기 나오지만, 솔직히 말해서 다른 애들이 똑같이 해도 공격당하는 건 항상 나야. 왜냐고? 이유는 하나야. 얼굴, 풍기는 이미지 자체가 그렇대.

도대체 어쩌라고? 내가 뭘 어떻게 하길 바라는데? 계속 그렇게 의식하고 거리 두면서 다들 쌩까버릴까? 그게 차라리 속 편할지도 모르겠다. 난 그저 사람 대 사람으로, 친한 친구에 대해 장난치는 것뿐이야. 그 속엔 남성도 여성도 없고, 선배도 후배도 없어. 남자한테는 안 하고 선배한테는 안 한다? 난 내가 형형 하고 부르는 30대 형한테도, 30대 누나들한테도 똑같이 해. 젠더? 모르겠어. 그 속에서 젠더를 찾을 수 있나? 선생님한테 그러지 않는 건 오히려 내가 선생님께 그만큼의 거리감을 두고 있다는 증거일 뿐이야. 그렇게 해야 된다고 의식하고 있는 거고.

일전에 반에서도 이게 문제가 된 적이 있어. 새터 가서 눈싸움 하던 과정에서 일어났던 일로 기억해. 근데 중요한 건, 다른 애들도 그때 나와 전혀 다르지 않게 행동했다는 거야. 하지만 문제가 됐던 건 오직 나뿐이었어. 그래, 그렇다 쳐. 그 애가 불편감을 느꼈다고 해서 난 장문의 편지까지 썼어.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도. 오히려 내가 그러니까 회장 애들이 당황하기까지 했었어. 그래도 애들은 나를 문제로 삼아.

이미 얘기가 나오는 걸 알고 내가 하면 항상 얘기가 된다는 걸 알고 있는 나야. 그래서 친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의식적으로 하지 않아. 최대한 거리 두고 피하려고 해. 근데 친한 사이끼리, 그러려니 넘어가는 사이조차 문제가 돼. 오히려 문제는 그 상대의 불편감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느낀대. 도대체 어떡하라고? 그래. 그래서 주변 사람들 있을 때는 최대한 피하려고까지도 했어. 근데 또 얘기는 나와. 일은 벌어지지도 않았는데 말은 나와. 왜냐고? 나니까. 이유 없어. 그냥 나니까 나오는 거야. 도대체 어쩌라고?

답사 가서 누구보다 열심히 산에서 뛰었다고 생각해. 혹여 누구 하나라도 다칠까봐 누구보다 먼저 뛰어서 위험한 곳에서 말 그대로 산악대장역 수행하고 했어. 근데 계속 미끄러져서 불안한데도 절대 손도 잡으려고 안 하는 애들이 있었어. 안타까웠지만 그냥 뒀어. 어쩌라고. 이렇게 생겨서 그걸 계속 의식해야 돼. 친구 하나 만나더라도 혹여 그렇게 계속 의식해야 돼.

내가 걔들을 여자로 느껴서 그러는 거야? 오늘도 얘기 나왔잖아. 얘는 여자애조차 남자처럼 대하려고 한다고. 난 남자든 여자든 똑같이 친구할 수 있고 친한 형동생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오히려 그걸 의식해야 한다는 거 자체가 가장 지독한 차별이라고 봐. 동생이라서 어떻게 대한다? 내 모토가 "99부터 09까지 동기"야. 개뿔... 상대가 동생이라도 나보다 뛰어나면 존경해. 상대가 형이고 누나더라도 정말 한심하다 싶으면 한심하다고 거침없이 얘기해. 그래, 예의라고는 개뿔도 없어. 하지만 난 그게 맞다고 봐.

차라리 선배들한테 예의없다고 욕먹는 거면 그러려니 넘어가겠어. 예의 같은 거 신경쓰고 싶지도 않고, 인간으로서의 예의는 있어도 위계로서의 예의는 인습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나니까. 하지만 그게 아니잖아. 

왜 문제가 되야 하는데? 솔직히 말해. 내 행동이 문제가 아니라 내 얼굴이 문제라고.
뭔짓을 해도 그런 짓으로밖에 안 보이는 이 얼굴이 문제라고.

근데 그럼 어떡할까? 얼굴을 칼로 다 찢어버릴까? 툭 튀어나온 광대뼈가 문제면, 망치로 깨서 부숴버릴까? 그게 싫어서 억지로 20키로 아령으로 광대뼈를 누른 채 2시간 이상 동안 있어본 적도 있어. 한두번도 아냐. 거의 1, 2년간을 그렇게 했어. 솔직히 성형수술할 만한 돈은 없으니까. 눈썹이 너무 강하다 그래서 가위로 직접 숱을 솎아내고 주변을 다듬어. 근데 그럼 뭐해.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눈썹 아예 밀어버릴까? 차라리 그러면 그러려니 넘어가줄래?

왜 내가 그런 이미지여야 하는 거지? 행위 자체는 남들과 썩 다를 바 없을 때조차 문제가 되어야 하는 거지? 왜 내가 장난 하나 칠 때 상대방도 아닌 주변 사람들 눈치까지 봐야 하는 거지? 그냥 인간 관계 다 끊어버릴까? 그러면 좀 속이 편하겠어? 싫은 눈치 살짝만 보여도 절대 하지 않아. 손은 커녕 눈도 마주치는 걸 피해. 조심에 조심을 거듭해. 하지만 달라지는 게 있나? 여전히 내 얼굴은 소위 색한의 얼굴이고. 그냥 존재 자체가 싫은 거 아냐?

외모로 판단받을 수밖에 없는 세상이라는 거, 솔직히 모르는 거 아냐. 하지만 내가 그 대상이 된다는 건 진짜 불쾌하다? 그것도 잘 생겼다, 못 생겼다의 문제도 아니잖아. 솔직히 내 자신이 못 생겼다고 생각해본 건 고 3 이후로는 단 한번도 없어. 하지만 이건 그 문제가 아니잖아. 이미지 자체가 그런 거잖아. 그것도 굳이 내가 형성한 이미지도 아니고.


차라리 심장에 칼을 박아줘. 다섯번을 죽으려 했는데 끝내 죽지도 않더라. 목을 매면 나무가 부러지고 차에 뛰어들어서 한바퀴를 날았는데 뼈 하나 안 부러지더라. 약을 먹었더니 사흘 푹 자고 깨어나더라. 죽여주면 저승에서라도 고마워할게. 이딴 세상 어린 시절부터 살고 싶은 생각 추호도 없었어. 계속 죽을라 해도 살라시니 뜻이 있겠거니 하고 살아있을 뿐이야. 이런 소리 매번 듣고 아무리 노력해도 내 노력 밖의 일일 바에야, 차라리 죽어버리는 게 나을 거 같아. 그냥 인간 관계 다 끊어버리고 히키코모리라도 되고 싶을 정도야.

...진짜 지금은, 얼굴 가죽을 통째로 벗겨버리고 싶을 정도야.






Por el monte profugo.

Rasiel.

by 라시엘 | 2009/06/02 23:55 | The P. Feel | 트랙백 | 덧글(3)
노무현 전 대통령 별세

욕을 먹었든 먹지 않았든, 뭔가 이룬 게 있든없든, 무슨 수많은 전제가 오가는 것과는 무관하게, 인구 반억 이상이 되는 한 나라의 대통령까지 했던 사람이라면 보통 인물은 아니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 평가가 어떻게 나오든 간에 그 정도 되는 인물이 세상을 떠났다. 그것도 자살이란 극단적 방법을 통해서.

서거란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대통령의 위치에서 사망한 거라면 서거라는 표현이 맞겠지만, 전직 대통령한테도 서거란 표현이 적합한 걸까? 지우 중 한 사람은 차라리 별세란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나 또한 어느 정도는 동의한다. 하지만 이것은 신문 상에서 따질 문제고.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에 대한 평가는 수많은 이들이 할 것이다. 문제는 현실이다.


여론의 움직임이 미묘하게 움직일 태세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거물급이 자살, 혹은 자진이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역대에 이례가 없는, 우리보다 대통령이란 제도를 훨씬 오랜 기간 실시해왔던 미국조차도 없었던 사태다. 전두환, 노태우 비리 사건 때도 이런 경우는 없었다. 물론 그때와 경우가 크게 다르긴 하지만.

자신이 전체의 대표로서 모든 걸 책임지겠다는 자살이라면 충분히 숭고하다. 결백을 주장하기 위한 자진이라도 충분히 숭고하다. 그러나 그것이 문제가 아니다. 지금 시점에서 현실에 남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후 여론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의 문제다. 그리고 이 사건은 분명, 어떠한 방식으로든 여론 자체를 뒤흔들 수밖에 없다.

일단 죽음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글들이 종종 올라오는 게 보이지만, 적어도 이것이 누구에 의한 타살이라고 하기엔 정황상 맞지 않는다. 노무현의 사망을 통해 이득을 취할 가능성이 있는 쪽은 오히려 친 노무현 세력이다. 일단 비리 수사는 이를 통해 잠정적으로 중단될 수밖에 없다. 이미 그렇게까지 몰아붙인 검찰 측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고, 이 화살은 결국 이명박 정부에 대한 공격으로 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만약 이것이 그들에 의한 타살이라면, 이것은 말 그대로 그들 자신에 대한 자살 행위에 가깝다.

그러나 자살인지 자진인지, 아니면 혹시나 하는 사고였는지는 확실하게 잘 모르겠다. 유서 또한 법조계에 몸을 담았던 사람이, 아무리 그래도 진필 여부도 확실치 않은 컴퓨터로 유서를 남긴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아무리 역대 대통령 중 컴퓨터에 가장 능숙했던 인물이라도 이건 뭔가 좀 아니다. 오히려 자살을 생각하고 유서를 예시로 작성해보다가 잠시 나간 등산에서 실족사했다는 것이 더 그럴 듯해 보일 정도다. 상황 자체가 너무 당혹스럽다. 심지어 이런 상황이 야기되라고 일부러 그렇게 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마치 마지막 도박인 것처럼.


어쨌건 문제는 여론이다. 이제까지 용산 참사를 비롯한 몇몇 희생이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이것이 운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정략적으로 작정을 했던 건지 다른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교묘한 방식으로 계속 그러한 정보들이 가려지며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오히려 그를 통해 정책 추진을 계속 실시했다. 그것이 반대가 있건없건, 냄비 여론이 다른 사건들로 그 정보를 가리는 사이 아무렇지 않게 자신들의 정책을 지속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그 사건 자체가 너무 크다. 정보는 가려질 수 있지만 이 자체가 심장에 칼을 꽂고도 남을 일이다. 그리고 이건 엔간한 사건 수준으로는 가릴래야 가릴 수도 없다. 심지어 조중동이라 해도 이 사건을 무시하고 넘어가는 건 무리수다. 적어도 몇주간은 이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뉴스의 상당 부분을 장악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큰 변수다. 벌써 그를 추모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뭔가를 할 수 있을까? 얼추 이러한 촛불집회를 공격하게 되면, 그러다 혹여 희생자 한명이라도 난다면 화살은 가차없이 이명박 정부 쪽으로 돌아갈 수 있다. 도대체 몇명을 죽일 것인가, 하며 엄청난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그렇다고 대처를 하지 않는다면 그 또한 어느 순간 반 이명박 분위기로 변할 지 알 수 없다. 정부로서는 딜레마에 빠질 문제다.

한국은 여전히 동정 여론, 감정 여론이 격하리만치 강한 나라다. 그리고 거물이랄 수밖에 없는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 와병 등 그럴 법한 일로 떠난 것도 아니고, 자살이라는 가장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다. 벌써 여론은 그에 대한 동정과 추모 쪽으로 완전히 기울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여기서의 변수는, 유서 또한 컴퓨터로 작성되었기에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벌써 신문마다 인용하는 유서 내용이 달라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의심이 커지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아직은 알 수 없다.

어떤 큰 사건이 벌어지기 위해서는 그 단초가 제공되어야 한다. 일반적인 다중들은 어떠한 의지를 가지고 참여하기보다는 그저 분위기에 휩쓸리는 경우가 많다. 이는 그들이 무식하거나 자유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다. 사람의 심리라는 것이 개개인으로는 뛰어나던 사람들도 모아놓고 보면 그렇게 되는, 상당히 희한한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에 손꼽히고 역사를 바꾼 혁명들이 모두 그러한 방식으로 일어났다. 프랑스 혁명이 그러했고 볼셰비키 혁명 또한 그러했다.

그리고 지금, 너무 큰 단초가 던져졌다. 수 명의 희생을 유발했던 용산 참사 때도 침묵한 국민이었다. 과거 이한열 같은 한둘의 죽음으로는 이제 눈도 깜짝하지 않을, 자기 삶에만 정신없는 국민들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전 대통령이 죽었다. 이번엔 어떠한 반응을 보이게 될까. 아직으로서는 알 수 없다.


이명박 정부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난 중도 보수를 지향하는 편이지만,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보수주의란 없다. 거짓만이 난무하는 정부라는 것을 안다. 오히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난 지지했던 사람이었으며, 실패했다고는 생각하지만 그 또한 그의 성향을 생각해본다면 어쩔 수 없었으리라 생각하고 안쓰러울 따름이다.

그러나 이번 문제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혹여 이 여파가 이명박 정부의 파국으로 이어진다면, 이명박 정부의 정책과 접근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나에게는 어느 정도 환영할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방법이 옳은 걸까? 나는 잘 모르겠다.

촛불집회에 대한 강경진압, 심지어 최루탄의 도입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속에서 이런 사건이 터졌다. 향후 이명박 정부는 어떻게 대처할까? 사단이 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아무리 국민들이 삶에 찌들며 자기 밥그릇 챙기기 바쁘고, 대학생들은 학점이다 취직이다 하여 운동에 대한 의식 자체가 거의 소멸한 지금이라지만, 여전히 한국의 대세는 동정 여론이요 감정 여론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이명박 정부가 걸을 길은 말 그대로 살얼음판이다. 한끝 발 잘못 디디는 순간 얼음은 와장창 깨져나갈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돌아가신 분을 추모할 때일지도.







Sono tua Disposizione.

Rasiel, the pathfinder of wisdom
by 라시엘 | 2009/05/24 11:18 | Sp. in Life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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